(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장밋빛 기대 뒤에 숨은 재앙의 그림자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인공지능(AI) 시대의 명암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제1부에서는 일상생활과 교육, 보건의료와 제약, 금융과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발히 활용되는 AI 기술을 폭넓게 소개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트랜스휴머니즘, AI 예술, 가상 인플루언서 같은 새로운 쟁점들을 다룬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공 일반지능’(AGI)이 머지않아 실현되어 질병과 빈곤, 기후변화까지 해결해 줄 것이라 주장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장밋빛 기대 뒤에 자리한 빅테크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우리 사회의 막연한 환상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제2부는 이 책의 심장부다.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과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적대적 공격에서 출발하여, '디지털 파놉티콘'으로 상징되는 민주주의의 위기, 노동시장의 양극화와 청년층의 '사다리 단절', 자율살상무기,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알고리즘 편향에 이르기까지 AI의 부정적 영향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특히, 저자들은 자크 엘륄(Jacques Ellul)과 한스 요나스(Hans Jonas) 같은 고전적 기술철학자들의 통찰, 곧 기술의 자율성과 양면성 및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윤리 등을 소환하며, 스튜어트 러셀(Stuart Russel),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 닉 보스트롬(Nick Bostrom),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등 현대 AI 전문가와 사상가들의 경고를 차례로 전한다. 이들의 경고는 결코 공상이 아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의 실험에서 챗지피티·제미나이·클로드가 벌인 21차례의 가상 전쟁 중 무려 20번에서 핵무기가 발사되었다는 보고는 AI가 가져올 수 있는 재앙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3부는 건설적인 대안을 향해 나아간다. 저자들은 '생명미래연구소'의 '아실로마 인공지능 23원칙',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의 '윤리적 조율 설계' 같은 국제적 윤리 규범과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 '히로시마 인공지능 프로세스' 같은 법 제도 및 국제 협약을 소개한다. 저자들이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방향은 인간과 AI의 공존, 협력적 파트너십, 신뢰할 수 있는 AI, 그리고 모두를 위한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다. 소수가 기술을 독점하는 '인공지능 만능주의 사회'가 아니라, AI 인프라를 공공재처럼 활용하고 혁신의 가치를 함께 나누는 '인공지능 협력 번영 사회'가 저자들의 비전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균형 잡힌 시선이다. 저자는 AI를 무조건 찬양하지도, 무차별적으로 비판하지도 않는다. 도래한 AI 시대의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 도사린 위험과 재앙을 정직하게 직시한다. 빅테크 기업이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라는 주장을 좀처럼 반박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나, 한국이 '초거대 AI 보유국'이라 자족하는 것이 실제 기술력의 우위가 아니라 정책 목표와 개발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착시일 수 있다는 진단은 신선하면서도 날카롭다.
특히. 이 책이 그리스도인 시민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저자들이 지적한 '윤리적 진공상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기 때문이다. AI를 신성시하며 신의 경지에 올려놓으려는 움직임, AI의 힘을 빌려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려는 트랜스휴머니즘의 망상은, 성경이 일관되게 경계해 온 우상숭배와 바벨탑의 현대적 재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세기 1장에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아 피조세계를 다스리고 돌보는 청지기로 부르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 다스림은 정복이 아니라 사랑과 책임에 기반한 청지기직이다. 저자들이 지적하는 노동시장의 'K자형 불평등', AI 격차로 인한 새로운 소외 계층의 등장 같은 문제들은 약자에 대한 우선적 관심을 강조해 온 성경의 가르침과 직결된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이 책은 AI 기술서가 아니라 “AI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인문적·윤리적 성찰의 책이기에 신학적 분별을 추구하는 목회자와 성도 모두에게 적합하다. 둘째, 방대한 주제를 균형 있게 다루면서도 독자가 스스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안내한다. 셋째, AI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나 무비판적 열광 사이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귀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스티븐 호킹(Stepen Hawking)과 스튜어트 러셀이 경고한 대로, AI 개발의 성공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될 수도,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는 이 시점에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이 책은 그 깨어 있음을 위한 깊고 진실한 부름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 취급방침 | 공익위반제보(국민권익위)| 저작권 정보 | 이메일 주소 무단수집 거부 | 관리자 로그인
© 2009-2026 (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고유번호 201-82-31233]
서울시 영등포구 도림로 139길 8-1, 3층 (문래동2가)
(07290)
Tel. 02-754-8004
Fax. 0303-0272-4967
Email. info@worldview.or.kr
기독교학문연구회
Tel. 02-3272-4967
Email. gihakyun@daum.net (학회),
faithscholar@naver.com (신앙과 학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