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1998년 그동안 초중고등학교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던 10여 개의 기독교사 단체들이 하나로 연합하여 ‘제1회 기독교사대회’를 개최하고 ‘기독교사연합’을 출범시켰다. 당시 기독교사 단체들의 주요 관심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동료에게 복음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흔히 하는 말로 학교는 황금어장이고, 복음 전도가 기독교사 제일의 가치이며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흩어져있던 기독교사 단체들이 하나로 힘을 합쳤기 때문에 이 복음 사역을 더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기독교사들의 상황과 현실을 면밀하게 살펴보니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기독교사들 가운데 복음 전도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의 부족함 때문에 아이들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의 불의한 구조나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학교 조직에 헌신함으로 반인권이나 비교육적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었고, 학교 일에는 최소한으로 헌신하고 교회 일에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을 좋은 신앙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기독교사의 정의를 새롭게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에다가 ‘기독교사연합’이 하나의 교육단체로 조직화 되자 교육계의 여러 현안에 대한 기독교사연합의 입장과 역할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기독교사 단체들은 서로의 신앙을 돕고 정보를 교류하며 소명을 일깨우는 소그룹 사조직 형태였기에 사회적·교육적 책임을 질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교실 수업의 붕괴, 학교폭력, 교사와 학부모의 불신 문제, 나아가 입시 경쟁의 문제 등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동안 목양 공동체에 존재해 왔던 기독교사운동이 이제는 교육 운동으로 거듭나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 부름받은 기독교사의 정체성을 ‘좋은교사’로 정립하는 작업을 했다. 기독교사는 먼저 교과 내용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잘 가르치며, 교과 지식 속에 담긴 하나님의 창조가 지닌 경이로움에 눈뜨게 해주는 탁월한 교과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모든 아이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보고 각각의 아이 가운데 숨겨진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훈련할 뿐 아니라 아이들 간의 갈등을 교육적으로 지도하며 평화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생활지도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아이들을 억누르고 있는 입시 경쟁 체계를 학교가 더 강화하지 않고 더 순화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조화하고, 동료 교사들이 아이들과 교육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학부모와 교사가 교육의 동반자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학교의 틀을 만드는 교육개혁의 전문가도 되어야 한다. 이렇게 기독교사는 종교적인 교사가 아니라 학생들이나 학부모, 동료들이 보기에 가장 탁월하고 좋은 교육을 실천하고 이끌어가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선포하고 회원들을 교육했다.
같은 차원에서 ‘기독교사연합’이라는 단체명을 일반 교육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좋은교사운동’이라는 단체명을 새로 만들었다. 그래서 기독교가 가진 자원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 교육의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하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학급 내 어렵고 힘든 학생들을 돕기 위한 ‘교사와 학생 일대일 결연 운동 및 결연 기금 조성’, 배움이 느린 학생을 돕는 ‘배움 찬찬이 운동’, 학급 내 금쪽이들을 위한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도’,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한 기존의 엄벌주의를 벗어나 성경적 평화주의에 기반한 ‘회복적 생활교육’, 학부모와 신뢰 회복을 위한 ‘가정방문 운동’ 등을 펼쳐왔고, 이러한 운동들은 기독교사들을 넘어 전체 일반 교사와 학교로도 확산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육운동 단체로서 각종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과 행동도 요구받았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기독교적 교육 정책이 교회나 기독교 기관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에게 햇빛과 비를 주시고, 악을 억제하고 선을 장려하며, 약자가 보호받고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하나님의 통치가 드러나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러한 성경적 정신을 담아 ‘교사의 이해 관계를 넘어서기’, ‘아이들과 교육 본질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약자의 편에서 보기’, ‘비난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기’ 등의 원칙을 세우고, 이 원칙에 입각해서 여러 교육 정책들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6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 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19%로 나타났다. 이렇게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이유는 한국교회의 공공성 상실이다. 복음이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통해 일반인들이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매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안에 있는 선한 가치들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대신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종교적 목소리만 높이고 과격한 행동만 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사들이 ‘좋은교사’로 학교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 기독교사운동이 ‘좋은교사운동’이라는 교육운동 단체로서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공공성 회복의 한 모델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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