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나는 대학 시절 한동대학교에서 좋은 공동체와 사람들을 만나고, 선생님들을 통해 삶과 신앙의 태도를 배웠다. 특히 ‘무감독 양심 시험’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익히는 훈련의 장이 되었다.
동시에 CCC에서 전도, 육성, 파송하는 제자 훈련을 받았다. 철없던 순원 시절을 지나 순장으로 살아가며 잃어버린 한 영혼을 향한 주님의 마음이 조금씩 와닿았다. 특히 내 입술로 복음을 전하고, 18명의 후배들과 1:1 순모임을 진행하면서 ‘제자 낳는 제자의 삶의 가치’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내 안에 예수님의 제자라는 정체성이 확고히 자리 잡았다.
졸업 이후 진로를 두고 오랫동안 기도하며 고민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주님께서 나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제한하고 싶지 않았다. 기도보다 앞서지 않으려 신중히 걸음을 옮긴 끝에 주님의 인도하심을 느끼며 현재의 직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은 통계 조사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와 교회의 상황을 분석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 3:23)”라는 말씀을 붙잡고 최선의 태도와 실력으로 직장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나의 영적 멘토인 간사님은 ‘말씀’과 ‘태도’를 늘 강조하셨다. 그중에서도 “책임감(responsibility)은 반응(response)하는 능력(ability)이다”라는 말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나는 이 말씀을 통해 책임감이란 주어진 상황 앞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사실을 배웠다. 이후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올바르게 반응하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며 한 가지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말씀에 올바르게 반응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얼마나 될까. 나는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가. 특히 한국 교회와 관련해서 직간접적으로 여러 문제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어렵다. 이미 많은 사람이 교회 다니는 그리스도인과 목회자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순간들을 경험했다.
물론 그리스도인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연약하고 실수하며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의 손가락질을 귀담아듣고 우리의 삶을 돌아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비도덕적 그리스도인의 문제는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일까.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책임감의 부재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책임감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무엇이 옳은지 확인하고, 확인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다. 예수님 믿는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세상의 방식, 당장의 이익을 따라 반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주님 말씀대로 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손해를 보거나 불편함을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사람들 아닌가. 말씀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올바르게 반응하는 책임 의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훈련의 부재이다. 살다 보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내려놓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때 마치 ‘무감독 양심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하나님 앞에서 옳은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아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삶에서 말씀을 따라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을 따르는 선택을 하도록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얼마 전 강연에서 손봉호 교수님은 비도덕적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도덕적, 윤리적 삶의 모습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죄성을 가지고 있어 완벽한 도덕적 사회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먼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살아간다면,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하고, 더 썩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결코 도덕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때로는 비도덕적인 모습이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글은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졸업한 뒤 올해 2월 학위 수여식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배운 ‘세상을 변화시키자’, ‘배워서 남주자’, ‘제자의 삶’ 같은 가치를 어떻게 사회에서 실현할지 고민했다. 학위 수여식을 마치고 포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에서 갑자기 한 남성이 바닥에 쓰러졌다.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인터폰이 작동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에게 역으로 데리고 가서 119를 부르자고 했다. 하지만 쉽게 나서는 사람이 없어 두 사람과 함께 남성을 겨우 역사로 옮겼다.
그때 스크린도어가 닫힌다는 안내가 나왔다. 어머니는 나보고 얼른 열차로 들어오라고 소리치셨다. 솔직히 잠깐 갈등했다. 그러나 곧 선한 사마리아인 말씀이 떠올라 "이 사람을 지켜야 한다"라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열차를 보내고 곁에 남았다. 다행히 구급대원들에게 무사히 인계하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최종 한동대 졸업시험을 통과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했다.
비도덕적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것은 아무도 보지 않을지라도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말씀에 올바로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갈 때 세상은 조금이나마 변화될 것이다. 말씀에 제대로 반응하는 책임감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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