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기관지
세상이 흔들릴 때,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 것인가?
― 드라마 〈참교육〉이 던지는 질문

우리 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정치와 사회는 진영으로 갈라지고, 교육현장에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이 충돌하며, 책임보다 권리가 앞서는 현상이 나타난다. 거짓과 편법, 혐오와 폭력 등 비도덕적 세속화가 일상이 될 때 묻게 된다. 무엇이 선하고 옳은가? 해답을 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드라마 〈참교육>(2026, 홍종찬 연출)은 이러한 질문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여준다. 학교폭력, 따돌림, 교사에 대한 모함, 학부모의 막무가내식 민원, 촉법소년의 비행과 무너지는 교권 등이 과장과 풍자를 통해 등장한다. 문제 학교에 파견된 감독관 나화진(주연 김무열)은 강력한 힘으로 악을 응징한다. 시청자는 통쾌함을 느낀다. 현실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불의가 심판받는 모습을 보면서 “사이다!”라고 환호한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해결책일까.
인간성의 위기
〈참교육>이 보여주는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밑바닥에는 인간성의 위기(Crisis of Humanity)가 놓여 있다. 일찍이 C. S. 루이스는 <인간 폐지>(The Abolition of Man)에서 선과 악의 객관적 기준을 잃은 교육이 결국 ‘가슴 없는 사람’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철학자 로마노 구아르디니도 현대인이 엄청난 권력을 소유하면서 그 힘을 책임 있게 사용할 인격은 잃어버리고 있다고 보았다. 오늘 우리도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다. 권리는 커졌는데 책임도 함께 커졌는가. 지식은 많아졌는데 인간은 더 지혜로워졌는가. 기술은 발전했는데 인간은 더 선해졌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비도덕성이 반복되면 그것이 어느 순간 일상화되어 사회에서 무감각, 무대응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에서 경고한 바 있다. 생각의 부재, 무반성, 주어진 체제와 규범에 아무런 비판 없이 복종하는 성향은 결국 가공할 죄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본다.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퍼지면 양심의 기준도 무너진다.
베드로의 검인가, 예수의 길인가
그리스도인은 비도덕성이 퍼져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예수께서 체포되실 때 베드로는 검을 빼 들었다. 불의를 힘으로 막으려 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말씀하셨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마 26:52). 그렇다고 불의에 침묵하라는 뜻은 아니다. 예수께서는 위선을 꾸짖으셨고 죄를 죄라고 말씀하셨으며 불의한 권력 앞에서도 진리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악과 싸우기 위해 악의 방법을 선택하지 않으셨음이 구별된다. 그것이 세속 사회에서 빛나는 하나님 나라의 행동 양식이다. 여기에 그리스도인의 길이 있다. 상대가 거짓말한다고 나도 거짓말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편법을 쓴다고 나도 편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상대가 증오한다고 더 큰 증오로 맞서서도 안 된다. 나아가 정치적 진영이 신앙의 판단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잘못했을 때도 잘못이라고 말하고, 내가 반대하는 사람이 옳은 일을 했다면 그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비도덕적 사회를 바꾸는 한 사람
그리스도인은 세상 밖으로 도피하는 사람이 아니다. 동시에 세상의 방법으로 세상을 이기려는 사람도 아니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마 5:13-14)이라고 말씀하셨다. 세상 안에서 살아가되 세상과 다르게 살아가라는 요청이다. 그러므로 비도덕적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저항은 분명해야 한다. 거짓이 많아질수록 정직해야 한다. 편법이 유리해질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혐오가 확산될수록 인간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 불의에는 저항하되 사람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정의와 사랑, 진리와 긍휼을 함께 붙들어야 한다.
〈참교육〉의 응징은 순간적인 ‘사이다’를 준다. 그러나 복음은 깜짝 시원한 사이다보다 영원히 목 마르지 않는 생수(요 7:38)를 제공한다. 사람을 쓰러뜨리는 힘보다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힘이다. 비도덕적 사회를 바꾸는 출발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정직한 한 사람, 책임지는 한 사람, 손해를 보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한 사람, 미워할 이유가 있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한 사람, 그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이어야 한다. 세상이 어두워질수록 빛은 더욱 밝게 빛난다. 비도덕적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악을 닮지 않으면서 악에 저항하는 삶이다. 그것이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참교육’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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